낮과 밤이 바뀌지 않는 외계행성 첫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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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이 바뀌지 않는 외계행성 첫 발견

지구 밖 소식

by 지구살리자 2024. 4.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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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49광년 거리에 있는 지구 1.3배 천체
달처럼 앞면이 별에 고정된 채 공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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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광년 거리에서 별에 한쪽 면이 고정된 채로 궤도를 도는 ‘LHS 3844b’ 상상도. NASA, ESA, CSA, Dani Player(STScI)

지구를 도는 달은 앞면이 지구를 향해 고정된 채 공전한다. 따라서 달의 하루, 즉 자전 주기는 달의 공전주기와 같다. 이를 조석고정이라 한다. 이에 따라 달에서는 낮과 밤이 대략 보름 간격으로 교대된다.

그러나 별에 앞면을 고정한 채로 도는 행성이 있다면 이 행성의 밤과 낮은 바뀌지 않는다. 별을 향하고 있는 쪽은 언제나 낮, 그 반대쪽은 언제나 밤이다.

미국, 중국, 독일, 캐나다 천문학자들이 함께한 국제연구팀이 낮밤이 바뀌지 않는 외계행성을 처음으로 발견해 공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에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생명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는 대부분의 후보를 포함해 많은 외계 행성이 별을 향해 조석고정돼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캐나다 맥길대 니컬러스 코원 교수는 “이론으로만 존재했던 것이 이제 현실이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행성이 별에 조석고정되는 일은 어떤 조건에서 일어날까?

 

행성이 별을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공전할 때, 가까운 쪽은 먼 쪽보다 훨씬 더 강한 중력을 받는다. 이를 조석력이라 부르는데 이는 행성의 자전 속도를 늦추는 쪽으로 작용한다. 행성과 별 사이의 조석 상호작용은 행성의 자전 주기를 궤도 주기와 일치시키는 경향이 있다.

천문학자들은 중심별과의 거리가 가까운 많은 외계행성이 1:1 조석고정 상태에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별에 가까이 있는 모든 행성이 완벽한 조석고정 상태에 있는 건 아니다. 태양계에서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수성은 자전과 공전 주기의 비율이 3:2다.

그러나 외계 행성의 궤도는 상대적으로 쉽게 측정할 수 있지만 자전 속도를 알아내는 건 어렵다. 특히 행성에 대기가 있을 경우엔 행성의 표면이 회전하는 걸 확인하기가 더욱 어렵다.

연구진은 대기가 없을 가능성이 있는 외계행성을 골라 이 조석고정 가설을 확인해보기로 하고, 스피처우주망원경의 적외선 관측 데이터를 이용해 지구에서 49광년 거리에 있는 ‘LHS 3844b’라는 이름의 행성이 반사하는 별빛의 양을 측정했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행성 표면의 온도를 계산해냈다. 행성의 공전 궤도 여러 지점에서 표면 온도를 계산한 결과 행성의 한쪽이 반대쪽보다 훨씬 온도가 낮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양쪽의 온도 차이는 행성이 별에 조석고정돼 있을 때 예상되는 수준이었다.

이 행성은 2022년 국제천문연맹이 주최한 외계행성 이름짓기 공모전에서 쿠아쿠아(나비란 뜻)라는 별칭을 얻었다. NASA/JPL-Caltech/R. Hurt (IPAC)

이 행성에 생명체가 있다면?

2019년에 발견된 이 행성은 반지름이 지구의 1.3배, 질량은 2.25배인 슈퍼지구형 천체로 태양보다 작은 적색왜성(LHS 3844)을 11시간에 한 번씩 돌고 있다. 물질 밀도가 1㎤당 5.646g으로, 지구(5.515g)보다 약간 높은 것으로 보아 암석물질로 이뤄진 행성으로 추정된다. 중심별과 행성 간의 거리는 100만km가 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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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성은 2022년 국제천문연맹(IAU)이 주최한 외계행성 이름짓기 공모전에서 코스타리카팀이 제출한 ‘쿠아쿠아’란 별칭을 얻었다. 쿠아쿠아는 코스타리카 원주민 브리브리족의 말로 ‘나비’란 뜻이다. 중심별인 LHS 3384는 바추(벌새란 뜻)로 명명됐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의 에밀리 휘태커 교수(천문학)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이 논문에선 이 행성에 대기가 없다고 가정하고 있지만 이 연구진이 참여한 2022년의 한 공동연구에선 얇은 대기층이 있을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다”며 “이는 이번 논문의 주장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지만 연구진이 제시한 증거 자체가 조석고정을 가리킨다는 데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코원 교수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을 이용하면 머지 않아 조석고정 행성의 사례를 더 많이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천문학자들은 거주가능구역에 존재하는 외계행성들의 대부분이 대기와 함께 온난한 온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그 구역에서 조석고정돼 있는 행성을 발견한다면 이런 가설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된다.

낮과 밤이 바뀌지 않고, 계절의 변화가 없으며, 썰물과 밀물 현상도 없는 행성에선 어떤 형태의 삶이 있을 수 있을까? 지구와 같은 종류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가진 생명체가 진화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전혀 짐작할 수 없다는 게 코원 교수의 자문자답이다.

 

 

 

 

 

 

 

 

 

 

 

 

 

 

*논문 정보
DOI 10.3847/1538-4357/ad2077
Super-Earth LHS3844b is Tidally Locked.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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